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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죽음은 누구한테는 두려움일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자유일 수도 있다.


나는 죽음에 대해 정말 오래도 생각해 온 것 같다. 처음 죽음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는 3학년이었을 때. 갑자기 부모님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정말 무서울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고서 몇달을 그렇게 울며 보냈다. 지식인에 질문도 했던 것 같은데 후에 지웠는지 보이지 않는다. (답변은 정말 고마웠다. 이미 그 때 쯤이면 소중한 사람을 만나 부모님을 떠나보내도 잘 살 수 있을거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친구가 교회에 가지 않으면 죽어서도 지옥간다며 나를 교회에 데려가려 했을 때 "죽으면 죽는거지 뭘 더살려 그래" 라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현재는 아무 생각도 없다. 죽으면 죽는거다. 내가 뭐 거대한 야망이나 욕심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무언가라도 하려고 노력했을텐데. 내 인생은 마치 내 컴퓨터와 같아서 이미 돈을 너무나 쏟아부었기 때문에 고장나면 안되는 그런 기계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너에게 투자를 했으니 이젠 너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어야지? 이런거. 내 부모님은 이미 내 인생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내가 죽으면 그게 다 허투루 된다. 그래서 살아남아 조금이라도 그걸 되갚아야 내 쓰레기같은 자신이 그나마 조금은 견딜만해질 것 같다. 그것도 잘 안되는게, 의지가 너무 없어서 오히려 돈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러다가 있는대로 돈만 낭비하고 자살하게 되는건 아닐까, 이게 가장 큰 걱정이다. 조금이라도 공부를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했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 일찌감치 포기했어야 했는데. 이제 그런 선택을 후회하기엔 좀 늦은 것 같다.


내가 내 인생을 싫어하는건 아니다. 나는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 강의도 다 참석하고 있고, 과제도 빼먹은 적이 없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동아리 관련직도 신청했으며, 과에 관련된 봉사활동, 동아리발 이벤트 등등을 다 참석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있고. 


그냥 문제는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내 자신을 관리를 못한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쌓이면 빨래를 미루며, 끼니를 건너뛰고, 공부도 안하고 방청소도 안된다. 이러면 생활습관도 망가지고 컨디션도 안좋아진다. 지금 정신상태처럼. 점수가 너무나 걱정돼 컨디션은 안좋지만, 굳이 그걸 개선하기 위해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게 나다. 난 내 이런 점이 싫다. 이 점이 내가 내 자신을 쓰레기라고 부르는데에 큰 뒷받침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심하니까. 당연한 것일 뿐.


잠시 나에 대해 적느라 본론이 늦어졌다. 내가 정말 하고싶었던 이야기로 돌아가자.


Is it better or worse to say goodbye before killing yourself? [Reddit post]


예전에 자살론인지 죽음론인지, 뭐 이런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자살에 대해 너무나도 멍청하다는듯이 써놓아서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자살은 멍청한 짓이 아니다. 정말로 다른 대책이 없을 때 택하는 최후의 보루도 아니다. 그냥, 더이상 삶에 대한 의지 또는 이룰 업적이 없을 때, 더이상 살 가치가 느껴지지 않을 때 택하는 방법일 뿐이다.


우울증인지 아닌지 진단은 안해봐서 모르지만, 나는 꽤나 우울한 시절을 한동안 보냈고, 여러번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내 자살충동은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정말 충동적으로 가끔 난간같은 곳을 보고 "지금 뛰어내려도 아무 느낌 없을 것 같아" 같은 생각으로 몰려왔었다. 뛰어내리는 상상을 한다던가. 조금 더 구체적이자면 내 집이 2층밖에 안되어 뛰어내려도 해봤자 불구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그 외의 자살방법은 생각한 적은 없다. 


나는 죽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건 그 후에 시체를 처리해고 가족이 마음을 가다듬어야하는 과정일 뿐이지. 그래서 나는 안락사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사를 놓는 순간 마음이 바뀔 것을 대비해 (어떤 사람이 죽음 앞에 완전히 태연할 수 있으리라) 해독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돌릴수 없는 약물은 아닌 것 같더만.


죽음에 대해서도 난 정말 무감각해서 사실 가끔은 너무 무감각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친인척이 세상을 떠나셨다 해도, 그냥 그 분이 그동안 쌓아온 지식이, 어떤 개인의 기억이 소멸되었고 이젠 그 자리에 없다는게 어색하고 나를 그렇게 위해줬던 한 존재가 없어진거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지, 딱히 그걸 엉엉 울고 슬퍼한 적은 없다. 물론 실제로 가까운 거리에 직접 와닿게 느껴질만한 죽음은 아직 없었기도 해서 내가 잘 모르는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오늘 레딧에 아무생각도 없이 갔다가 위의 글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면 글쓴이가 정말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다는걸 알 수 있다. 마치 남의 말을 하는 것 처럼. 내가 곧 자살하게 될텐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느냐고.


정말 슬픈 것은, 나는 이 글에 공감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공감이 되었다는 점은 별로 슬프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정말로 자살에 대해 굳은 결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도 저랬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슬펐다고 느낀것은 저 글쓴이의 무관심, 무감각한 글이 아니라 그녀의 살겠다는 의지이다. 모든것을 다 끝낼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살아남고 싶다는 소망이 보여서 슬픈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데드라인을 주었다. (말 그대로 데드(dead)라인이군) 내가 이 특정한 날까지 살고싶다는 의지를 되찾지 못하면, 내가 이렇게 마지막까지 내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주었는데도 그 의지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이것을 끝내리라. 


사실 죽음을 받아드리는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글에 보면 그녀도 미련은 없어 보인다. 댓글을 읽고 참 마음이 애매했던게, 그녀는 이제 가족이던 친한 친구던간에 "네가 죽으면 주위 사람들이 슬퍼해" 이런 말은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댓글을 쓴 사람들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나는 사람은 저런 상태에서 매우 이기적이게 된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나 힘들고 이렇게 힘든 것에 대해 대책을 내놓았는데, 다 끝내려고 마음먹었는데 그 누구의 마음을 고려할 생각이 있겠는가. 주위 사람들이 힘들 건 알지만 그건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나는 이 생만 끝내면 편해질 수 있는데.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주는 것이 최선일거라고 생각한다. 성심성의껏 답변해주고 그동안 살아있어주어서 고맙다고 하는 것이다. 후에 그녀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상담을 받아 상태가 호전될 수도 있고. 하지만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나는 누군가가 그동안 살아있어줘서 고마웠다고 이젠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는게 제일 마음에 들 것 같다. 그냥. 작별인사 하는 것처럼.


나는 유서가 있다. 물론 쓰다가 울적한 기분인지 유치하다고 생각되는 기분인지 기분이 나빠져서 대충 쓰기만 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없지만. 왜 유치하다고 생각되냐면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비해 다른것도 아닌, 유서를 쓰고 앉아있으니까. 하지만 난 죽음은 삶에 정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휘청해 다신 못일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때를 대비해 모두들 유서 하나씩은 써놓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왜냐면 난 가끔 떠나고 싶으면서도 뒤에 남겨질 사람들이 걱정되거든. 내가 그들을 위해 살지는 못해도 (그들을 내가 좋아하는것보다 내 인생이 더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난 그들을 사랑하니까 유서는 꼭 남겨놓을거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다. 죽음은 나쁜게 아니라고. 나를 위해 슬퍼해줄 필요는 없다고. 그냥 작별인사를 하는 것 뿐이다. 


나는 내 인생동안 행복했고, 누릴것도 충분히 누렸고, 할만한 것도 다 했으니 더 이상 미련은 없다고. 그동안 잘 해줘서 고마웠다고.


저 아직 안죽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뭔가 글이 되게 그런 뉘앙스가 되어버렸는데 이건 유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늘 하는 생각임

그리고 죽기전에 사실 남친은 한번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냐

아직 해당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저 죽을 걱정은 안하셔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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